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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TOP-TIER PARTNER, NEPES

반도체 패키징 시장의 화두는 ‘경박단소(輕薄短小)'다. 스마트폰의 성능이 높아지면서 내부에 들어가는 반도체 양은 늘어나는 데 비해 스마트폰 크기는 점차 작아지고 있어서다. 공정 미세화 등 전(前)공정에서 반도체 크기를 줄이는 데 한계에 부딪힌 반도체업계는 후(後)공정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전공정에서 생산된 반도체를 보호하는 물질을 씌우고 입출력 단자를 연결하는 패키징 과정에서 제품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최근에는 자동차에 들어가는 전장(電裝)용 반도체 수가 늘어나면서 관련 수요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팬아웃 기술'로 기회 잡아
 
10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패키징 업체 네패스는 글로벌 최대 전장용 반도체 회사 N사의 고주파 레이더 센서를 패키징하고 있다. 네패스가 패키징한 제품은 최종적으로 벤츠, BMW 등 독일 자동차 회사에 납품될 예정이다. 레이더 센서는 운전자 대신 앞에 지나가는 사물을 인식해 자동으로 브레이크가 작동되도록 하는 등 자율주행을 위해 필수적인 부품이다.
 
네패스가 글로벌 전장 부품을 도맡아 패키징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이 회사가 주력으로 하는 팬아웃(fan out) WLP(웨이퍼레벨패키지), 팬아웃 PLP(패널레벨패키지) 기술 덕분이다. 팬아웃 기술은 입출력 단자 배선만 옆으로 빼 입출력 단자 수를 늘리는 기술이다. 제품 전체 크기를 늘리지 않고도 입출력 단자를 촘촘히 배치할 수 있어 고성능 칩의 크기와 두께를 최소화할 수 있다. 기존 패키징 기술과 비교하면 두께를 최대 50%까지 줄일 수 있다. 애플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제조) 세계 1위 기업인 대만 TSMC의 팬아웃 기술 덕분에 아이폰 두께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패키징업계의 90%는 팬아웃 방식이 아니라 전통적 패키징 방식을 고수했다. 팬아웃 방식의 기술적 장벽이 높아서다. 그러던 중 네패스에 기회가 왔다.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자율주행차 개발에 주력하면서 77기가헤르츠급(㎓) 고주파 레이더 센서가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250m 멀리 떨어진 물체도 식별할 수 있는 77㎓ 고주파 레이더 센서를 패키징하려면 팬아웃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주파수가 높을수록 더 멀리 있는 물체에 대한 윤곽 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그만큼 신호량도 많아져 더 많은 신호를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팬아웃 방식은 더 많은 입출력 단자가 들어가기 때문에 성능이 좋고, 입출력 단자와 반도체를 연결하는 구리선 거리가 짧아 동작 속도도 빠르다. 네패스가 고객사의 77㎓ 고주파 레이더 센서를 사실상 독점적으로 패키징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네패스 관계자는 "고사양 레이더 센서가 점차 대중화하면서 네패스가 내년도에 요구받은 패키징 물량은 올해와 비교해 2배가량 늘어났다"며 "내년도 레이더 센서 패키징 시장에서 글로벌 점유율 1위로 도약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미투' 사업은 하지 마라"

국내 중소기업이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한 배경에는 이병구 네패스 회장의 경영 철학이 큰 영향을 미쳤다. 금성전자(LG전자 전신) 반도체사업부 출신으로 1991년 회사를 창업한 이 회장이 신사업을 시작할 때 늘 하는 질문이 있다. "이 사업이 현재 우리나라에 없는 기술이냐"는 것이다. 국내에서 이미 잘하는 기술에 대한 ‘미투(me too)' 전략은 펴지 말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대신 ‘국산화'가 필요한 사업은 가리지 않고 도전했다. 올해 미국 반도체 설계 회사 제너럴비전(GV)과 협업해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 반도체 ‘뉴로모픽 칩(NM500)'을 개발했다. 뉴로모픽 칩은 AI를 하드웨어로 구현한 제품이다. CPU, GPU, 클라우드 서비스 등이 필요한 기존의 AI 기능과 달리 오프라인 상태에서 사용할 수 있어 안전하고 해킹당할 위험이 낮다.
 
 
- 하략 -
 
출처: 한국경제 [기사전문보기]